2026 오스트레일리아 패션 위크, 다양성과 실험이 빛난 리조트 시즌의 진화

2026 리조트 시즌, 오스트레일리아 패션 위크가 보여준 다채로운 변주

2026년 리조트 시즌 오스트레일리아 패션 위크(Australian Fashion Week, 이하 AFW)는 행사의 변화와 함께 더욱 깊이 있는 다양성을 선보였다. 과거 오랜 기간 동안 행사를 주최했던 IMG가 지원을 종료하면서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AFW는 2025년 3월, 오스트레일리아 패션 카운슬(Australian Fashion Council)의 주도로 다시 개최되었다. 일정을 단축하고 디자이너 수를 조정했음에도, 행사 전반은 신진 브랜드와 기존 브랜드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현재의 오스트레일리아 패션 씬을 조명했다.

신진 디자이너의 실험무대, 뉴 제너레이션과 더 프론티어

이번 패션 위크에서 주목할 만한 두 그룹 쇼는 ‘더 프론티어(The Frontier)’와 ‘뉴 제너레이션쇼(NewGen Show)’다. 두 쇼 모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신생 및 중견 디자이너들을 선보이며, 실험성과 상업성이 균형을 이룬 컬렉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특히 더 프론티어에서는 꾸준히 성장 중인 브랜드 로우런스(Amy Lawrance), 젱(Courtney Zheng), 윈 햄린(Wynn Hamlyn)이 참여했다. 이들과 함께 등장한 에쎄 스튜디오(Esse Studios)와 파리스 조지아(Paris Georgia)의 컬렉션은 실용적인 고급스러움과 유려한 실루엣이 두드러졌다. 커먼 아워스(Common Hours)의 맞춤형 레이스 저지 드레스는 남성복 구조를 차용한 아우터와 대비를 이루며 인상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

뉴젠 쇼에서는 1996년부터 이어진 전통 속에서 신선한 감각을 지닌 디자이너들이 주목을 받았다. 할루미너스(Haluminous)의 한나 킴은 해변과 도시에서 모두 어울릴 수 있는 고딕 보헤미안 무드를 제안했다. 끈 디테일, 이중 레이어드 실루엣, 비즈 장식은 할루미너스만의 시각 언어를 확고히 했다.

디자이너 고유의 세계관이 담긴 리조트 컬렉션

개별 브랜드 쇼에서는 디자이너 고유의 정체성과 철학이 색채, 소재, 스토리텔링을 통해 뚜렷하게 드러났다.

리안드라(Liandra)의 2026 리조트 컬렉션은 산호의 진화적 특성을 인간의 가족 시스템에 빗대어 표현했다. 브랜드 창립자 리안드라 가이카망구는 산호의 유기적 성장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손으로 그린 산호 일러스트를 디자인에 반영하고, 메탈릭한 디테일로 밤 해변의 파티 분위기를 연출했다.

니콜 & 포드(Nicol & Ford)의 쇼는 193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과 마그누스 히르시펠트가 이끌던 성과 젠더 연구소에서 영감을 얻었다. 트랜스젠더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역사적 문서와 나비 이미지를 프린트로 활용한 바이어스 컷 드레스는 성정체성과 역사의 교차점을 브랜드 언어로 풀어냈다.

뉴질랜드 브랜드의 존재감, 해리스 탭퍼

뉴질랜드 기반의 해리스 탭퍼(Harris Tapper)는 AFW 기간 중 쇼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리조트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 브랜드는 텍스처와 실루엣의 실험을 지속하며, 미니멀리즘을 재해석한 조형적 디자인이 중심이다. 벨벳, 시어 도트 프린트, 유광 원단을 이용해 리조트 시즌에 적합한 시각적 자극을 제공했고, 테크 소재 바지와 랩 블라우스는 실용성과 실험성을 겸비했다.

해리스 탭퍼는 2025년부터 오세아니아 내 패션 매체와 바이어들 사이에서 점차 인지도를 확대하며, 지역의 디자이너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도 하고 있다.

독창성과 다양성이 공존한 2026 오스트레일리아 패션 위크

이번 AFW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패션의 사회적 역할과 지역성, 역사성을 전면에 드러낸 컬렉션들로 구성되었다. 행사 전반은 개최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기조, 콘텐츠의 밀도, 그리고 창작자 중심의 기획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주목할 점은 패션 위크가 단순히 브랜드 프로모션을 위한 무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젠더, 환경, 지역 커뮤니티 등 다층적인 주제를 의상 속에 녹여낸 사례는, 패션이 산업을 넘어 실질적 공존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6 리조트 시즌, 혁신성과 진정성이 만든 새로운 흐름

2026 오스트레일리아 패션 위크는 축소된 일정 속에서도 창작자의 메시지, 신진 브랜드의 도전,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높은 완성도를 달성했다. 각 컬렉션은 독립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면서도 지역 패션의 진화를 조명했고, 국제 시장을 향한 가능성도 엿보였다. 이번 시즌은 단순한 ‘리조트 트렌드’가 아닌, 오세아니아 패션 신의 정체성과 감각을 통합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